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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와 국방부가 파워 블로거라고?

정부 부처 블로그가 인기 블로그로 떠오르고 있다. 그 원인과 함께 기자에 이어 ‘블로고스피어’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의사들의 블로그를 알아보았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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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승인 2009.03.09  11:14:08
   
전문가들이 블로거로 진출하면서 블로고스피어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태터앤미디어의 블로그포럼에서 발표를 하는 최재천 전 의원.
올해 들어 ‘블로고스피어(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 구실을 하는 모든 블로그의 집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 블로그가 있다. 바로 ‘따스아리’와 ‘동고동락’이라는 블로그다. 2009년 최고의 파워 블로거로 꼽히는 이 두 블로그는 6000여 개의 블로그가 등록된 위젯의 블로그 순위에서 ‘e세상이야기’와 함께 1위 자리를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따뜻한 메아리’를 뜻하는 ‘따스아리’와 ‘함께 고생하고 함께 즐거워한다’는 ‘동고동락’ 블로그가 각각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방부 블로그라는 사실을 아는 누리꾼은 많지 않다. 이들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 ‘정책공감’과 농림수산식품부 블로그 ‘농림수산식품부’가 20위권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39개 정부 부처(부·처·청) 중에서 31개 부처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반년 전만 해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부 부처는 11곳뿐이었다. 4월 말까지 7개 부처의 블로그가 더 개설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전 부처가 곧 블로그를 갖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정부 부처 블로그가 활성화된 것에 반해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시민사회단체의 블로그는 없거나 있더라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블로그가 대표적인 대안 미디어로 꼽히던 것을 감안하면 이런 현실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력과 예산 문제다. 정부 부처는 블로그 담당자를 따로 두어 운영하며, 별도 예산을 편성해 외주 업체를 고용하고 있다. 외부 필자의 기고를 받거나 대학생 기자단을 두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도 풍부하다. 주간 평균 20만~30만명이 방문하는 ‘따스아리’의 경우 외부 필진 5명 그리고 대학생 기자 14명이 블로그에 글을 보낸다.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정책담당자의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 부처 블로그 제작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대통령실 김철균 국민소통비서관은 포털 사이트 다음 출신이고, 담당자인 이두호 행정관은 본인이 파워 블로거(두호리닷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공무원 개인이 블로그를 만들도록 했다. 대통령실은 부처별로 블로그를 한 곳으로 통폐합해 집중 관리하도록 만들었다.

정부 부처 간 내부 경쟁도 치열


참여정부는 ‘청와대 리포트’와 ‘국정 리포트’라는 일종의 ‘정부 인터넷신문’을 발행했다. 이명박 정부의 모형은 이런 ‘뉴스 플랫폼’을 운영하지 않고 정부가 한 명의 블로거 자격으로 활동하고 다음 블로거뉴스나 네이버 오픈캐스트 등 포털 사이트를 활용하도록 했다. ‘청와대 리포트’와 ‘국정 리포트’가 정치·시사 콘텐츠를 주로 다룬 데 반해 현재 정부 부처 블로그는 생활 콘텐츠를 주로 올리고 있다.

객관적인 자료로 비교해보았을 때, 이명박정부의 정부 부처 블로그는 ‘청와대 리포트’와 ‘국정 리포트’를 뛰어넘었다. 참여정부 당시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조회 수 8만을 기록한 최고 히트 글과 댓글 112개 달린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 특별기고글, 조회 수 1만을 기록한 이백만 당시 국정홍보처 차장의 글을 자랑했지만 ‘따스아리’ 히트 글의 경우 50만명이 조회하고, 10만명 이상 조회한 글도 여럿 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에 비해 비용과 효율 면에서 더 낫다고 자부한다. 참여정부 당시 내부 인력 30명과 외부 운용 인력이 매달렸고, 운용 비용도 연간 20억원 이상이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기획한 ‘블로그화 전략’은 참여정부의 국정홍보처 기능을 흡수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컨설팅하며 지원하고 있다. 문화부 블로그인 ‘정책공감’은 정부 대표 블로그로서 다른 정부 부처 블로그를 선도하고 있다. 문화부 주관으로 실무자끼리 협조 체계를 구축해 부처 공동으로 취재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블로그 방문자 수와 블로그 순위의 차이가 생기면서 부처 간 경쟁도 치열하다. 한 블로그 업계 관계자는 “정부 부처끼리 ‘대학생 기자단’ 중에서 우수 활동가에 대한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해당 부서와 관계없는 글을 올리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과 부처 간 경쟁을 통해 정부 부처 블로그는 지난해 말부터 블로고스피어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비난도 없지 않다.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투입한 정부 부처 블로그가 블로고스피어의 포식자가 되어 블로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논쟁이 되는 이슈로 누리꾼과 토론하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고 신변잡기적 글로 방문자 수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문화부가 정부 블로그 감독

정부 부처 블로그에 방문자가 폭주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시민사회단체 블로그는 블로고스피어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블로그 운영을 가욋일로 취급하고 있어 다른 업무를 맡은 실무자가 추가 업무의 하나로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여성의 날 기념 행사인 한국여성대회를 준비하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유일영 활동가는 “블로그를 통해 행사를 널리 알리고 싶지만 다른 업무에 치여 글을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블로거를 초청해 시정 전반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위).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감수성의 차이다. 정부 부처 블로그는 흥미를 자극하고 정보를 담고 있는 생활밀착형 콘텐츠를 감성적으로 작성해 올리는 데 반해 시민사회 단체 블로그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은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대부분 그대로 올린다.  
 
시민사회단체 블로그 중에서는 북한 식량 지원 불교 단체인 정토회 블로그 ‘희망플랜’이 두각을 나타냈으나 담당자가 군에 입대하면서 침체해 있다. 시민사회단체 블로그 중에서는 환경정의시민연대, 녹색연합 등 주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각광을 받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최근 ‘원순닷컴’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토지·건물 기부 운동을 알리고 있다. 

중앙정부 부처에 이어 지방자치단체들도 블로그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주로 광역시가 블로그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 시장과 블로거의 만남 행사를 갖거나 ‘서울 블로거데이’를 조직해 시정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를 끌어들이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블로그 중에서 가장 앞선 곳은 광주광역시다. 광주광역시 공식 블로그 ‘빛이 드는 창, 이야기가 흐른다’는 올해 ‘올블로그 어워드 2008’에서 공로·생활·문화예술·팀 블로그 모두 4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다른 정부 부처 블로그가 일반 블로거들에게 불청객 취급을 당하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다. 블로그에서 ‘뚱띠파파’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배미경 기획홍보팀장은 “지역 블로거들과 집중적으로 소통해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자에 이어 의사도 블로거로 대거 나서


정치인들도 슬슬 블로고스피어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민주당 최문순(문순C네)·김진애(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 의원과 민주노동당 홍희덕(청소부의 꿈)·이정희(이정희) 의원 등이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올린다. 특히 이정희 의원은 의정 활동 과정에서 발견한 ‘역겨운 의원’을 밝히는 등 폭로성 글이 많아 누리꾼들에게 갈채를 받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 중에서는 정청래(정청래의 똑! 소리)·최재천(최재천의 솥단지정치) 전 의원의 블로그가 각광을 받는다. 특히 최 전 의원은 매일 4000명 안팎의 누리꾼이 방문하는 파워 블로거로 떠올랐다. 최 전 의원은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존재감과 상징성을 유지한 덕에 주전이 아닌 후보 정치인이지만 언제라도 투입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 글을 작성할 때에는 전문성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외교와 안보 분야의 글을 주로 쓰는데, 학술 논문 등을 참고해 근거를 명확히 하고 대안을 넣어 완성도를 기한다. 정치평론류의 글은 가급적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블로그가 강세를 띠기 전까지 블로고스피어의 강자는 기자 블로거였다. 기자 블로거는 주로 시사 분야에서 강세였다. 김주완-김훤주(경남도민일보)·노태운(중앙일보)·박정호(오마이뉴스)·박형준(월간 말)·정진탄(뉴시스)·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 등이 여전히 파워블로거로 활약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기세가 주춤해졌다.

기자들은 요즘 블로고스피어를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에 대항하는 사이버 진지로 이용하고 있다. MBC 노조와 KBS 기자협회가 블로그를 개설한 데 이어 YTN 노조도 최근 블로그를 개설했다. 필화 사건을 겪고 나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퇴사한 서명덕(떡이떡이)·이여영(라이프스타일 리포트) 기자는 블로그를 중심으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한다. 기자 이후 블로고스피어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전문가 집단은 바로 의사들이다.

지난해 기자 블로거를 제치고 다음 블로거뉴스 블로거 대상을 받은 블로거는 블로그 ‘헬스로그’를 운영하는 의사 양광모씨다. 그는 팀 블로그인 ‘헬스로그’ 외에도 개인 블로그 ‘양깡’, 그리고 ‘닥블’이라는 의사 블로거들의 ‘메타블로거’를 운영하며 의사의 블로거화를 부추기고 있다. 젊은 진보 성향 의사가 앞다퉈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들어 누리꾼과 적극 소통한다.

   
의사 양광모씨(위)는 ‘헬스로그’ ‘닥블’ 등을 통해 의사들의 블로거화를 돕고 있다.
양씨 외에도 ‘피부과학’ ‘하이컨셉 하이터치’ ‘뉴욕에서 의사하기’ 등 의사 파워 블로거들이 블로고스피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또 이제 막 인턴 생활을 시작한 초보 의사의 블로그 ‘수줍은 느낌의 미소’를 비롯해 이주노동자나 차상위계층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하는 외과전문의 블로그 ‘돌파리의 블로그’ 등 다양한 의사 블로거가 등장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같은 기관, 그리고 국회의원·의사·기자 등 전문가들이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들면서 아마추어 블로거와 프로 기자라는 이분법이 무색해졌다. 한 블로거는 “블로고스피어가 조기축구와 전국노래자랑이라면 기존 주류 미디어 판은 코리안 리그와 가요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구분이 무색해졌다. 블로고스피어의 강자가 되는 것이 바로 코리안 리그에서 우승하고 가요대상을 받는 것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블로고스피어로 뛰어드는 것과 함께 나타나는 현상은 블로고스피어의 강자들이 기존 미디어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블로거 손윤(야구라)·김홍석(카이저) 씨 등은 태터앤미디어와 함께 <야구타임스>라는 블로거 매체를 창간했다.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전문 블로거와 자동차 전문 블로거들이 이런 팀 블로그 형태의 블로거 매체를 창간할 예정이다. 블로그발 미디어 빅뱅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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